제목 | '교감이 일어나는 마법같은 안뜰' 예산 김정희선생고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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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화재청 | ||
작성일 | 2011-05-16 | 조회수 | 107 |
다시 찾은 옛집, 반가운 격조
가지, 가지를 오가며 짹째굴 짹째굴 알은 체하는 새들의 지저귐에 눈으로 일일이 대꾸해주며 고택에 다가갔다. 명문가의 기품처럼 높은 돌계단을 오르니 바로 그 지점이 나타났다. 활짝 열린 사립문을 통과해 계단 위로 쏟아지던 노을빛, 그 풍경을 그려내는 그의 음성은 무척 고조되어 있었다. “죽음을 맞이할 때 가장 그리운 게 뭘까 생각해 보면 큰 돈을 벌었다거나, 좋은 차를 샀을 때는 아닐 것 같아요. 어느 날의 햇살, 바람, 향기 같은 것이겠죠. 아마 그날 추사고택에서 본 하늘은 분명히 떠오를 거예요.” 당시 그는 포토에세이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개 1박 2일 일정으로 사진작가와 함께 다니며 에세이 한 편, 한 편을 만들어갔다.
추사의 생애와 정신을 추억하는 여행자
동쪽 대문을 곧바로 향한 안채의 대청은 밤중처럼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박웅현 씨는 그 어둠 속에서 <완당세한도(국보 제180호)> 모작을 응시하고 있었다. 추사가 제주도에서 유배 중이던 1844년(헌종 10년) 제자인 우선 이상적의 지극한 의리를 소나무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이다. 당쟁싸움에 휘말려 쫓겨난 처지, 추사는 춥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방 안에서 추사체를 완성해 갔다. “「완당평전」을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 이후로 추사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거죠. 추사의 글씨가 좋다고들 하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피카소 그림 같기도 하고, 왜 좋다는 건지 몰랐어요.” 이렇듯 알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추사의 삶과 사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자 글씨에 담긴 미적 경지가 보이고 추사의 외로움이 헤아려 졌다. 그리고 <완당 세한도>는 정말 좋아하는 그림이 되었다. 한 채, 한 채 집의 둘레를 따라 걸으며 추사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사이, 그는 사당에 도착했다. 추사의 초상이 모셔져있는 곳이었다.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소맷자락 속에 두 손을 마주잡고 앉은 모습이었다. “시대와 화합을 못한 천재였죠. 그래서 인생이 불운했고요. 가장 행복한 건 자기 주관과 시대가 요구하는 바가 일치되는 것인데, 추사 선생의 생각은 시대보다 조금 앞서 있었던 것 같아요. 타협하기엔 주관이 너무 강했고요.” 박웅현 씨는 존경과 애정을 표하듯 초상을 바라봤다. 날렵한 눈썹과 입가에 지어진 미소에는 고고함과 절개가 배어있는 듯했다. 그는 위대하고도 험난했던 선각자의 생애를 기억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삶의 모드가 바뀌는 곳
글ㆍ성혜경 사진ㆍ최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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