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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 농사꾼 (옮겨온 글 2011.5.17.문화재청)

왕토끼 (秋岩) 2011. 5. 17. 20:21

제목 영원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 농사꾼
작성자 문화재청
작성일 2011-05-16 조회수 29

 

“지역민들에게 지역의 문화유산은 그 어떤 국보보다,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이루며 우리네 삶 가까이에 늘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터전인 정읍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 땅의 역사와 문화가 끊임없이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묻혀있던 역사를 되살려내다


마당 넓은 정읍시 영원면사무소 앞에서, 햇볕에 검게 그을린 피부의 향토사학자 곽형주 씨를 만났다. 먼저 면사무소 사무실에 앉아, 영원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의 규모를 훑는 것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영원면 일대에는 아주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선사시대 대표적인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고인돌이 옛 선조들의 삶과 생활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이곳이 백제 최대의 지방 거점 중의 하나였음을 말해주는 토성, 석성, 관아터, 돌방무덤 등이 있지요. 특히 돌방무덤은 반경 20킬로미터 안에 200여 기가 넘는 규모가 자리 잡고 있으니, 이곳이 당시에 아주 융성했던 지역이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곽형주 씨는 1981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57호로 지정된 은선리고분군 일대를 함께 둘러보며, 영원면을 중심으로 한 역사와 문화의 맥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그리 높지 않은 산 기슭을 오르는 길에, 삼 년여의 시간 동안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돌방무덤을 따라 오붓한 오솔길이 자리 잡고 있어, 이야기가 흐르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마을 어른들 어린 시절은, 이 돌방무덤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했을 때였으니 당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백제는 웅진천도(475)와 더불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남방 지역을 영역화하기 시작하였는데, 영원면 은선리고분군(전라북도 기념물 제57호), 고흥무열사高興武烈祠(전라남도 기념물 제58호), 지사리고분군(전라북도 기념물 제59호)을 통해서 백제의 중앙세력이 지방의 세력 거점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십수 년 동안 이어진 곽형주 씨의 노력으로 상당수 복원과정을 거친 돌방무덤 이외에도, 흙과 대숲 사이에 무너진 채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돌방무덤이 굉장히 많다. 이곳에서는 흙 속에 묻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돌조차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돌방무덤에선가 떨어져 나온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영원면 안에 이렇게 무수한 문화재들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속 경이로움을 불러일으켰다.

 

 

 

농사꾼, 향토사학자가 되다

문화재에 대한 사랑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내 고장, 내 마을의 역사에 대해서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것이다. 그의 열정을 ‘미쳐있다’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영원면에서 옛 백제를 되살리기 위한 걸음에 푹 빠져 있다.
“사람들에게 나는 돌방무덤에 미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돌방무덤 하나가 아니라, 역사가 깃들어 있는 영원면의 이 방대한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십수 년 동안 지역의 문화재를 발굴해내면서, 큰 가능성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기에 그 어떤 문화재보다 가치 있는 영원의 문화재를 통해서 우리의 역사를 되살릴 길을 말입니다.”


따스한 햇볕이 찾아든 산에는 연분홍빛 진달래꽃이 피어 완연한 봄이 되었음을 알린다. 산 아래가 훤히 내다보이는 중턱에 서서, 곽형주 씨가 가리키는 마을과 봉긋 솟아오른 작은 숲을 바라보았다. 백제인의 삶의 터전이었을 이곳의 오래된 땅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문화재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렇기에 나는 영원면의 다양한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발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이야기가 넘치는 이곳에 옛 역사와 문화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오랜 시간 동안 이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 많은 발걸음이 남아있습니다.”  

 

글ㆍ박세란 사진ㆍ최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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