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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형미술과 무늬의 전통성 (옮겨온 글)

왕토끼 (秋岩) 2011. 2. 21. 22:10

제목 우리 조형미술과 무늬의 전통성
작성자 문화재청
작성일 2011-02-14 조회수 100

 

우리 생활문화에서 무늬의 역할
인류생활에서, 시각의 대상으로서 조형미술에 베풀어진 무늬의 역할과 영향은 지대하다. 무늬는 원시, 상대上代로부터 자연물 그대로를 묘사하여 음각, 양각, 선각, 부조, 환조, 투조, 상감, 타출, 회화, 자수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되어 왔다. 대체로 장식의 목적이나 의사전달 수단으로써 선이나 도형 또는 어떤 형상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배열하여 나
타낸 글자가 무늬의 범주에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가상의 무늬 등을 다양한 형태의 생활용구나 일용품, 의복, 더 나아가 피부에 새긴 문신에 미적요소를 가미한 것들이 모두 무늬에 해당한다.

 

또 사상이나 주술적인 기원을 담은 형상을 표현한 것을 이르기도 한다. 한민족의 전통적인 대상물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공동체 안에서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풍토적 관습과 역사적 여건 속에서 양식,의식, 태도 등의 일정한 계통이나 흐름이 하나로 더해져 민족적인 성정으로 표출되곤 한다. 그래서 우리 미술의 흐름 속에서 무늬의 생성과 변천 과정을 볼 때, 다른 어느 민족의 미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창적이고 독특한 해학과 미를 느낄수 있다. 이러한 무늬의 특성은 세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이른바 추상주의적, 자연주의적, 종교 신앙적인 성향이 그것이다.

 


첫 번째 성향인 추상미술의 전통은,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신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상에서 시작되어, 후에는 도교에서처럼 악귀와 잡신을 쫓고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각종 주술적인 부호符號무늬 등을 그리거나 새겨왔다. 이러한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추상정신의 전통적 흐름은 바로 한국인의 성정 속에 흐르고 있는 추상미의 본바탕을 이루는 유전자이기도 하다. 일종의 이상시 각적 감흥이 맥맥이 흘러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자연주의(natural)적 미술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개성의 재현을 예술의 목적으로 하는 성향을 말한다. 사실주의가 현실의 객관적 재현에 만족한다면, 자연주의는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이 자연을 추구하는 성정을 나타내는 성향이 있다. 원시사회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자연환경에 따라 어느 민족의 미술에서나 나타나는 특징적인 양식이다. 인간은 항상 현세보다 좀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한다. 그들이 가장 동경하는 세계를 자연 속에서 찾아내고자 한 것이다.

 

세 번째는 그 민족이 역사적으로 영향을 받은 각종 종교 신앙적인 조형미술의 성향이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농경문화를 영위해 오면서 이에 따른 종교 신앙적 요소가 이미 선사미술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믿음의 실체인 신성을 각종 의구와 의기에 나타냄으로써 그 효험이 사람들의 신상에 좋은 영향으로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해왔다. 이렇듯 각 시대와 문화 속에 함께 숨쉬어온 갖가지 무늬의 다양한 양상은 우리 미술사에서 시대적 특성과 민족의 성정, 문화의 기원, 특질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늬의 의미와 상징
‘무늬’를 한자로 표기할 때‘문文’을 쓰기도 하고‘문紋’을 쓰기도 한다. ‘文’과‘紋’은 어떻게 다른 것이며, 어느 경우에‘문양文樣’이라 표기하고 또 어느 때에‘문양紋樣’이라 표기하는 것일까. ‘文’자의 자원字源에 따르면, 소전체 ‘ ’자로, 그 상형은 무늬가 놓인 모양을 본뜬 그림이 발달한 것이며 이로써 무늬를 뜻한다고 하였다.


‘文’은 원래‘결’(문재 또는 문리文理)을 뜻한다. 즉 상고시대에 무늬를 뜻하는 글자‘文’은 어떤 관념이나 사상을 표기, 기
호, 물건 따위의 구체적인 사물이나 심상을 통해 암시하여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반면에 후대에 무늬를 뜻하는 글자로 쓰이기 시작한‘紋’은 문직, 즉 직물을 짜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 문채를 의미하는 말에서 비롯되어, 대체로 인위적인 무늬를 뜻한다.그러므로 어느 글자를 쓴다고 해도 무늬를 나타내는 뜻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현상에서의 무늬와 물리적인 현상에서의 무늬로 구별된다.


예술은 그 본질상 자유미와 부용미로 구별되어 왔다. 즉, 꽃이라든가 새, 나비, 바닷조개류, 얼룩말, 돌 등은 그 자신이
무늬를 갖춤으로서 아름다움을 지닌 것들이다. 그러한 미는 개념상으로 목적이 규정된 대상에 부여되는 아름다움이라
기보다는 자유로이 그 자체로써 만족을 주는 아름다움으로 그것을 자유미라 할 수 있다.


조형미술에서 무늬는 어떠한 역할을 하며, 미적인 요소와는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조형미술에서의 표현형식을 양식(style)이라 한다. 그것은 곧 기법상 특징들의 유기적인 총화를 뜻한다. 흔히 미적 표현의 삼요소를 일러,형체形體(form)와 색조色調(color combinations), 무늬紋樣(pattern)라고 한다. 이러한 세 가지 미적 요소는 어느 한 가지만 중요하다고 할 수 없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무늬가 생활미술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무늬는 생활양식의 악센트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본질은 가시성에 있다. 즉, 보게 만들고, 직관적 으로볼수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품에서 의장 무늬는바로 가시성과 직관성, 그 자체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무늬의 발전과 역사적 흐름
우리 고미술에 나타나는 무늬의 흐름을 읽으려면, 선사시대 부터 근대까지 시대별 무늬의 특징을 살펴보아야 한다.
● 신석기시대_ 진정한 무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골각기, 토기 등 구체적인 생활기물이 등장하는 신석기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시문구施文具를 이용해 나타낸 무늬는 점선으로 된 띠무늬 와 빗줄무늬, 능형무늬, 우점무늬, 번개무늬, 물결무늬 등이 있다.
● 청동기시대_ 토기 몸체에 무늬가 사라지는 대신 각종 기하학적 무늬와 인물무늬, 손바닥무늬, 새무늬, 동물무늬가 베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신석기시대와 같이 유사한 점 또는 점선무늬띠, 단선 무늬띠, 빗격자무늬띠, 햇살무늬, 방사선무늬, 톱니무늬띠, 동심원무늬, 고사리무늬 등과 화판무늬가 나타난다.
● 삼국시대_ 삼국시대의 공예에 시문된 의장기법의 특징은, 투각 선조線彫·상감·타출打出·압찰押察등이며, 이러한 무늬는 서역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나뭇잎무늬, 인면무늬, 동물무늬, 격자무늬, 원권무늬, 일광상무늬, 물결무늬, 인동무늬, 당초무늬, 물고기무늬, 화염무늬 등이 있다.
● 통일신라시대_ 영락무늬, 원권무늬, 자리무늬, 보화무늬, 보상화 무늬, 인동당초무늬, 사엽화무늬 등이 나타난다.
●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_ 풍경무늬, 식물무늬, 동물무늬, 인물무늬,물결무늬, 구름무늬, 꽃무늬, 영락무늬, 완자무늬, 칠보무늬, 아자 무늬, 연주무늬, 여의두무늬, 연판무늬, 초충무늬, 추상무늬 등이 보편적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 미술에 나타나는 무늬의 종류와 형태는 시대마다 다양하다. 이를 양식별로 크게 분
류해 보면,

첫째, 종교 신앙적으로 신을 외경하는 의식을 상징적 나타 낸 무늬

둘째, 입신양명과 기복사상을 나타낸 무늬

셋째, 감상을 위한 무늬, 예술적인 무늬

넷째, 기호무늬, 뜻을 나타내는 표

다섯째, 불가佛家, 도가道家에서 악귀나 잡귀를 쫓기 위한 무늬, 부적(액막이) 무늬 등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각 시대마다 나타나는 무늬의 성격이 대체로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석기시대 토기와 골각기에 선각된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표현들은 청동기시대에 토기에서는 볼 수 없다. 그 대신 무문토기가 등장했다. 금석병용시대, 원삼국시대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토기의 등장과 함께 암각화에서 추상계열의 무늬가 다시 나타난다. 신라 토기에서는 다시 추상적, 기하학적 무늬가 극도로 성행하다가 상형 토기가 유행하면서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통일신라시대에는 불교가 흥성하면서 화장골장기火葬骨葬器인 뼈 항아리에 인화시문기법印花施文技法으로 새긴 꽃무늬, 영락무늬, 원권무늬, 일광상무늬, 자리무늬, 새끼줄무늬, 수엽무늬, 우점무늬, 격자무늬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무늬의 반복현상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근대 미술에까지 이어져오고 있음을 볼 때, 시대 조류를 반영하고, 문화적 변이와 함께 고유성과 전통성을 말해주는 것이 무늬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글 | 사진·임영주 금성문화재단 민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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