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마음으로 말을 걸다. 진정이 용솟음치는 이옥의 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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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화재청 | ||
작성일 | 2011-03-10 | 조회수 | 105 |
개성적 문체, 진정眞情을 드러낸 편지 전근대 편지는 서書, 서신書信, 간찰簡札혹은 서간書簡, 척독尺牘등으로 불렸으며, 이외에도 편지를 의미하는 어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편지는 안부를 묻거나, 학술토론을 하거나, 부탁과 청탁을 하거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거나,사랑을 주고받는데 사용될 만큼 그 기능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렇지만 편지의 글쓰기 방식은 매우 상투적이다. 앞부분에서 받는 사람에 대한 칭호나 안부를 묻고, 이어서 편지를 적은 목적을 적는다. 마지막으로 기원의 말과 함께 날짜와 이름을 적는다. 이와 달리 이옥(李鈺, 1760~1815)의 편지는 상투적인 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을 가고 봄 오니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산 높고 물길 아득하니 매화 소식(이른 봄을 이름)으로 편지를 붙이고자 합니다. 천 리 머나 먼 길을 마음이 달려가기에 한 통의 편지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대는 붉은 난새의 맑은 운치며 황학黃鶴의 뛰어난 재주를 지녔습니다. 마치 푸른 물속의 연꽃이 낙포洛浦에서 고운 빛을 떨치고 단사丹砂로 된 죽전竹箭이 형상衡山봉우리에서 맑은 기운을 받은 격이지요. 봉혈(鳳穴, 봉황새가 출현하는 곳)에서 깃을 떨쳐 가문을 떨치는 영예를 드러내었으며, 용문龍門에 오르려다 실패하여 여러 차례 임금님이 계시는 서울에 발걸음을 하였지요. 예전에 인재를 선발하는과거 시험장에서 그대를 따라 외람되게도 구앵(求鶯, 벗을 구하는 것)의 우정을 나눈 이후 한 마디 말로 서로 뜻이 합하여 결연은 마치 맺음이 금란지교金蘭之交보다 두터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내 마음과 같지 않아의지함은 참으로 옥수( 樹, 용모와 재능이 아주 뛰어난 사람)에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꽃 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 백발이 되도록 변치말자고 깊은 맹서를 하였고, 먹으로 춤추며 붓으로 노래 부르며 함께 홍심(紅心, 과녁의 정곡)을 맞추었습니다. 성 서쪽에서 만난 것이 다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남쪽 끝으로 떠나심을 탄식하게 되었습니다.-<여병화자최구서장與病花子崔九瑞狀>
성균관에서 함께 수학한 벗인 최구서崔九瑞에게 보낸 편지다. 이옥은 시종일관 4·6변려문의 부賦형식으로 벗에게 편지를 적고 있다. 일반적인 편지와 달리 글곳곳에 고사가 있는 단어를 배치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하고 있다.‘매화소식’,‘봉혈’,‘등용문’,‘구앵’,‘금란지교’,‘옥수’등은 모두 고사가 있는 단어들이다. 고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단어의 뜻은 물론이며, 편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고사를 사용하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자신의 정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이옥은 성균관에서 함께 수학한 벗에게 우정을 못 다하고 떠난 진한 아쉬운 마음을 꾸밈없이 전하고있는 것이다. 사실 젊은 시절 이옥은 생원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서 수학하다가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 문체를 바르게 돌리는 정책)에 걸려 타락한 문체의 주모자로 낙인찍힌‘문제의 인물’이자 문단의 이단아였다. 이후 이옥은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문체를 고치지 않고, 자신의 글쓰기를 지키며 개성적 문체를 고집하였다.
글·진재교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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