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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색영롱한 비단벌레 (옮겨온 글)

왕토끼 (秋岩) 2011. 3. 21. 19:01

제목 신라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색영롱한 비단벌레
작성자 문화재청
작성일 2011-03-10 조회수 60

 

급격히 줄어드는 비단벌레 개체수
오색영롱한 비단벌레(학명 Chrysochroa fulgidissima)를 보신 적이 있는지. 몸 길이 30〜40㎜이며, 몸 빛깔은 초록색 또는 금록색으로 화려한 빛깔을 띠는 딱정벌레의 일종이다. 앞가슴등판과 딱지날개(굳은 날개)에 붉은색의 가로줄무늬가 굵게 나 있다. 몸의 배면은 금록색이고 가슴과 배의 중앙부는 금적색이다.

 

머리 앞쪽이 넓고 날개 뒤쪽은 좁아 오각형처럼 보인다. 수컷은 겹눈이 튀어나오고 배끝이 삼각형으로 파여 있으며 몸의 양쪽에연한 털이 암컷보다 많다. 비단벌레과 곤충은 전세계에 1만 5,0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7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비단벌레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 벚나무,느티나무, 팽나무와 같은 오래된 활엽수림을 날아다니면서 짝을 찾는다. 특히 나무 위로 높이 날아다니며 화려한 색깔과 무늬가 빛에 반사되면서 반짝거리는 시각적인 신호로 짝을 찾으며,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벚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의 껍질 틈에 알을 낳는다.

 

 

36년 만에 공개된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화려한 비단벌레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유물을 들라면 단연 1973년 경주 황남대총 남분(왕의 무덤)의 부곽에서 출토된‘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를 꼽을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달까지 선보인‘황남대총-신라王, 왕비와 함께 잠들다’특별전에 비단벌레 장식 실물을 36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유물을 본 순간 한마디로 눈부셨다. 이토록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니 신라시대 장인들의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눈길을 끈 유물은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였다. 이 장식품은 목심 2개를 접합한 뒤 그 위에 백화수피 2겹 정도를깔고 그 위에 세로 방향으로 비단벌레 날개를 촘촘히 깔아 붙였다. 그 위에 금동 맞새김판을 덮고 테두리를 감싸 못으로 고정하였다.

 

또 하나 눈길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 복원품이었다. 이 복원에는 1,000마리 분의 비단벌레날개가 소요되었다. 비단벌레는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동식물중의 하나로서 국내에서 충당하기 어려웠으나, 일본에서 사육에 성공한 비단벌레의 기증을 바탕으로 최광웅(금속공예가)에 의해복원 작업이 이루어졌다.


신라시대 전형적인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인경주 계림로 14호분(황남대총)은 1973년 경주 대릉원大陵苑동쪽에서 계림로鷄林路를 새로 내는 공사를 하던 중에 다른 신라시대 무덤들과 함께 발견됐다. 이 황남대총의 발굴에서 비단벌레 날개를 모아 장식한 유물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굴됐다.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비단벌레 날개 장식 유물이 발견된 예가 없었다. 그래서 이 발굴은 한반도에도 비단벌레가 서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희소식이었다.

 

비단벌레로 장식한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는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이래 보존을위해 수장고 내에서 빛과 차단된 채 높은순도의 글리세린 용액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비단벌레의 날개는 빛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건조한 상태가 되면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는 글리세린 용액에 담겨 있는 상태 그대로 조도를 낮추어(80럭스 이하) 이루어졌다.

 

일본 유래냐, 한반도 자생이냐 논란
처음에는 일본에서 가져온 비단벌레냐,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비단벌레냐를 두고 논란이 없지 않았다. 일본 나라奈良에 있는 고대 사찰인 호류사에는 비단벌레 날개로장식된 장롱인 옥충주자가 있다. 그래서 신라시대 말안장이 발견되기 전까지 비단벌레는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고 일본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졌다.


이후 서식지를 찾는 일이 벌어지고 결국 전남 백양사 일대 등 남부지방 여기저기에서 서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 비단벌레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니 우리나라에 비단벌레가 서식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유물이 발굴되면서 당시 비단벌레가 일본산이라는 주장은 수정되어야 했다.


그동안 비단벌레 서식지는 전남 해남 두륜산과 완도 등 일부 지역으로 알려졌으나, 2009년에는 내장산국립공원과 고창선운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변산반도에서 발견된 비단벌레는 20마리 이상의 개체군이 확인되어 현재까지 조사된 서식처 중 가장 안정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화살통에도 비단벌레를 장식하다
황남대총에서는 또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신라시대 화살통 부품이 출토돼 관심을 모았다. 길이 11㎝, 너비 2.5㎝인 이 부품은 목에 걸어 가슴 앞쪽에 매는 전체 화살통 중에서도 멜빵 겉을 장식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장식품의 사용자는 함께 출토된 황금보검으로 미뤄 보았을 때 신라시대 고위층이 아닐까 추정된다.

 

전체가 청동제인 이 장식품은‘ㄱ’자 모양으로 굽은 얇은 판형으로, 일정한 간격을 따라 하트형 구멍을 뚫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단벌레 날개는 이 하트형 구멍을 가리는 방식으로 장식품 안쪽에다 덧댄것으로 드러났다. 장식품 겉면에는 마름모꼴 금 알갱이를 두 줄로 박아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화살통 유물 가운데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것은 유일하다.

 

화살통 유물로 가장 유명한 것은 1946년 조사한 경주 호우총 출토품이지만, 신라와 가야지역 고분에서 파편을 포함해 화살통을 부장한 유적이 발견된 곳은 현재까지 100곳을 웃돌고 있다. 오색영롱했을 비단벌레로 장식한 화살통이야말로 신라시대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비단벌레는 고대의 비아그라?
그렇다면 고대사회에서 비단벌레를 왜장식물에 자주 사용했을까. 비단벌레 날개가 장식용으로 애용된 것은 화려한 빛깔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더욱 구체적인 해답은 중국의 고문헌 등에서 찾을수 있다.

 

명·청시대 편찬된 중국 광동 지방 지리지인 광동통지 제52권은 금화충이라는 곤충을 소개하면서“녹금선이라고도 하며,길정충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것을 (옷 같은 곳에) 달고 다니면 사람들을 증미增媚하게 한다”고 말했다.

 

증미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여자눈썹을 늘린다는 것으로,달리 표현하면 색욕을 증가시킨다는 뜻이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비아그라’인 셈이다. 대동소이한 내용이 명나라 때 저명한 의사 이시진의 저술 <본초강목> 중의 두 곳에서도 보인다. “금귀자란 곤충은 길정충 종류에 속하는데 미약媚藥이다”라고하는가 하면“길정충은 곤충이니 등 쪽은 진한 녹색이며 딱딱한 껍질 아래에 날개가 있다. 영남의 빈주와 등주 등지에서 난다. 사람이 그것을 잡아 매달고 다니면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 하니 미약이다”라고 했다.

 

다양한 이름으로 일컫는 이 곤충은 미약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옷감 등을 장식하는 데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일본에서는 옥충玉蟲(다마무시)이라고 하며, 한국에서는 비단벌레 라고 불린다.

 

꾸준한 연구와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비단벌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날개 빛으로 수많은 곤충 중에서 왕의 곤충으로 불린다. 고고학자들은“곤충은 인간과 함께 한 생물체의 하나로 상호 관계 속에서 기피대상으로 이해 되었으나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소중한 비단벌레를 오래토록 보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 답을 변산반도에서 발견된 서식지에서 찾을 수 있다.


비단벌레가 서식하고 있는 내소사 지역이 주변의 우수한 자연생태 속에 비단벌레의 먹이가 되는 팽나무와 느티나무 같은 고목들이 잘 보존되고 있어 서식환경이 차츰 자리 잡게 됐다. 전통 사찰이 생태적·문화적으로 잘 보존된 덕분에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비단벌레를 위기에서 건져내 안정된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비단벌레 보호를 위해 서식지에 대한 꾸준한 조사·연구와 함께 사찰, 지역주민과 함께 보호를 위한 방안들을 협력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신라시대 화려한 장식물의 재료로 쓰인 비단벌레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와 함께 한국 고유의 자연유산으로 길이 보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글·이광형 국민일보 문화부 선임기자

사진·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