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에관한사진올리기

지리산에서 자라나는 복원의 희망, 반달가슴곰 (옮겨온 글)

왕토끼 (秋岩) 2011. 2. 7. 19:00

제목 지리산에서 자라나는 복원의 희망, 반달가슴곰
작성자 문화재청
작성일 2011-01-19 조회수 84

 

 

 

우리 땅에서 사라진 반달가슴곰

 

일제시대, 아름다운 호랑이와 표범 등은 해로운 동물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특히 많이 희생을 당했다. 1911년부터 1943년까지 약 30년간 호랑이는 108마리, 늑대는 1,000마리 이상, 반달가슴곰 또한 14년 동안 1,076마리를 포획했다. 1945년 해방이 된 후에도 6•25전쟁을 겪으면서 온 산이 잿더미로 변했고, 각종 개발과 서식지 파괴에 의해 숲이 사라지면서 그곳에서 점점 내몰린 야생동물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되었다. 더욱이 몇몇 야생동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올무나 덫과 같은 밀렵도구로 잔인하게 희생되었다. 

 

 

지리산의 경우에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160마리가 포획된 청문기록만 보더라도 과거 우리나라에 많은 수의 반달가슴곰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 땅에 사람과 자연의 동반자로 살아온 반달가슴곰은 1983년 설악산 마등령에서 밀렵꾼에 희생된 소식이 전해진 뒤로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극소수나마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반달가슴곰을 찾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지만 그 실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복원의 시작

 

2000년 11월, 진주 모 방송사가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을 촬영하면서 야생 곰의 실체가 확인되었다. 그래서 극소수만 서식하고 있는 야생 곰의 멸종을 막기 위해 2001년, 장군, 반돌, 막내, 반순이라는 친근한 이름의 어린 반달가슴곰을 실험방사 하였다.

 

2004년 회수하기까지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혼자 먹이를 찾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상수리를 만들고, 조릿대를 엮어 탱이를 만들고, 동면 굴을 찾아 세 번의 겨울을 보내며 지리산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 기간 동안 반달가슴곰의 추적, 포획, 생태연구를 통하여 귀중한 복원사업의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2002년도에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설립하여 2004년에 우리나라 토종 반달가슴곰과 유전자가 같은 러시아 연해주의 반달가슴곰 6마리를 도입•방사하면서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시작되어 2010년 현재까지 총 30개체를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했다. 일반적으로 야생 동물은 100년간 생존확률이 95%를 넘어야 자체적 생존능력을 가진 개체군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는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는 5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외부 이입을 통한 종 복원을 하지 않으면 20년 내 멸종 확률 98%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이에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1차 목표는 외부 위험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최소 개체군인 50개체 증식을 목표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의 품, 지리산에서 삶을 되찾은 반달가슴곰

 

2010년 2월 3일, 광활한 대자연 지리산의 품에서 새로운 생명, 새끼 반달가슴곰이 태어났다. 간간히 따스한 봄기운이 바람과 함께 실려 오는 늦겨울이었다. 새끼 곰은 얼핏얼핏 느껴지는 봄 향기와 함께 우리 땅 지리산과 만났다. 

어미 곰은 2009년 가을이 막 시작될 때 출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반달가슴곰의 동면이 입동 일주일 전후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어미 곰의 동면은 새끼를 맞아들이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달가슴곰은 6~8월 본격적인 교미를 하며 수정란을 자궁에 바로 착상하지 않고 동면을 들어가는 12월에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하여 약 60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출산하는 특이한 생리를 가지고 있다. 새끼 곰이 태어날 때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한참 들썩였다. 새 식구를 맞는 설렘과 조심스러움, 불안함 등이 한 데 뒤섞여 어미 곰의 출산을 신중하게 지켜봤다. 멸종위기종의 개체수를 늘리는 것은 복원센터 사업이기도 하지만, 한 생명이 생명을 낳는 현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경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지리산의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태어난 새끼 곰. 새끼 곰은 약 3개월가량 따뜻한 어미 품에서 지내다가 생후 88일이 되는 날, 세상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한창 봄이 무르익어가는 5월. 어미 곰과 새끼 곰은 센터에서 나와 자연적응훈련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푸른 자연이 햇빛과 바람에 넘실거리는 곳에서, 반달가슴곰이 스스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어미로부터 배우기 위함이다. 자연적응훈련장에서는 새끼 반달가슴곰이 천적을 피하기 위한 나무타기, 먹이 구별방법 등을 어미로부터 배운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새끼 곰은 11월초에 어미 품을 떠나 지리산에 방사되어 온전한 야생 곰으로서 다시 태어났다. 새끼 곰은 지금 첫 동면에 들었다. 아마도 한 살이 되는 날과 가까운 때에 다시 깨어나 맑고 청청한 지리산의 기운으로 더욱 자라날 것이다. 반달가슴곰의 동면은 바위굴이나 나무구멍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달에는 얕은 잠을, 그 이후에는 깊은 잠에 빠진다. 한참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새끼 곰이 깨어날 올해의 봄에는, 더 이상 새끼 곰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한껏 자라있을 것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봄을, 반달가슴곰의 기상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반달가슴곰이 살아가는 지리산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국립공원 면적만 약 471㎢이며, 주변지역을 포함하면 반달가슴곰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면적은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조사와 해외사례를 통해 서식면적상으로는 최대 612마리까지 서식이 가능하고, 반달가슴곰의 도토리 등 주요먹이를 통해서는 5,731~9,524마리까지 서식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50년대부터 ’70년대 초까지 지리산에서만 160여 마리가 포획된 것만 보더라도 지리산에서 목표 개체수인 50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아가는데 먹이가 부족하거나 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센터에서는 다양한 연구조사를 통해 반달가슴곰과 숲의 상관관계를 연구조사 중이다. 3년째 조사 중인 도토리 결실량 조사는 도토리 결실량에 따라 곰의 이동패턴을 조사하고, 동면에 들어가는 시기를 파악하고, 도토리 결실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방사 곰의 피해 등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반달가슴곰 배설물에서 종자를 추출하여 발아율 실험을 한 결과 일반종자 심었을 때보다 3배가량 높은 발아율을 보인 종자발아율 조사 또한 반달가슴곰 연구조사의 한 부분이다. 또한, 산양배설물에서 추출한 헛개나무 열매 발아율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동물의 이동반경 만큼 종자를 퍼트리는 효과를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하여 건강한 숲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생태계가 복원된다는 의미이다. 

센터는 앞으로 반달가슴곰에 대한 생태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반달가슴곰,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자연생태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임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즉,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복원하고 있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단순하게 멸종위기에 처한 한 종을 복원하는 사업이 아니다. 먹이사슬 최상의 단계에 있는 종을 복원함으로써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증진시키는 동시에 더 나아가 백두대간을 주축으로 하는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전남 구례의 생태학습장에는 가족 단위 위주의 탐방객들이 매년 만 명 넘게 찾아와 생태탐방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 방문객까지 합하면 매년 3만 명 가까운 탐방객들이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을 찾아오고 있으며, 이들은 분명 반달가슴곰 복원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포터즈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땅의 반달가슴곰은 유구한 가치를 품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함께 동반하며 모태신앙으로서 민족의 정신 안에 오롯하게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달가슴곰을 다시금 복원하는 일은, 우리의 정신적 가치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사진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