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유와 평등, 그리고 꿈이 있는 곳, 섬의 민속을 말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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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화재청 | ||
작성일 | 2011-06-14 | 조회수 | 151 |
유토피아로서의 섬, 그 민속문화 내가 유토피아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꿈꾸던 세계를 섬 민속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연애하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지극한 쾌락이 있는 곳, 일확천금의 벌이가 가능한 곳, 차별받지 않는 세상, 고락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이런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그것을 섬 민속문화에서 찾았다. 조선시대, 유교주의의 권위를 깨뜨리고 섬으로 탈출했던 사람들이 꿈꾸었던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섬사람들의 내면에 담긴 유토피아적 민속들이야말로 섬사람들의 특성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유교적 시각에서 보면 차마 말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 문화에서 이 부분은 숨겨진 문화들, 모르고 지내 온 문화들이다. 나는 이 글에서 내가 경험하거나 조사한 섬사람들의 행동 양식과 내면 의식을 지배하는 몇 가지,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적인 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미혼의 청춘남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 판을 이용하였다. 파시 철 어부들이 포구 술집에서 젓가락 장단에 놀았던 것도 산다이의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면이다. 청춘가, 산아지타령, 유행가를 부른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장례를 마친 날 밤 상주와 상두계원들, 그리고 주민들이 모여 한판 노래잔치를 벌이는데, 이것도 산다이라고 한다. 공통되는 것은 청춘의 남녀가 모여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흥겹게 노는 놀이판이자 노래판이며, 술이 있고, 유흥이 있는 신명의 판이라는 점이다. 전통적 윤리가 지배하는 육지의 마을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서남해 도서지역 생활민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산다이 풍경은 놀랍게도 진수의 삼국지 기록에도 소개되고 있다. 비금도 강강술래도 남녀가 소통하는 민속문화의 꽃이다.
섬의 민속문화 속에는 그들의 생활 속 민주적이고 공생적인 의식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완도군 소안면 맹선리의 연료림 분배가 그 사례다. 섬에서는 자원을 고르게 분배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식량, 연료림의 공정한 분배는 중요하다. 그래서 분배의 민속이 정착되어 있다. 맹선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산을 공동으로 분할해 연료림을 채취하고, 산주에게는 산을 관리해주는 것으로 대가를 지불한다. 자본주의적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섬의 경우 연료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어서 산주가 산림을 독점하면 주민들의 연료 문제가 심각해지게 된다. 섬 주민들은 연료림만이 아니라 모든 자원을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지혜를 공유하고 있어 독점으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
섬의 민속문화에 담긴 신명과 난장의 재미, 자연 생태에 적응하려는 의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정신, 지역과 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교류와 화합의 정신, 고락을 함께 나누는 공존의 정신이 섬 민속문화의 기본들이다. 이런 문화적 자산이야말로 섬 민속문화의 가치를 웅변하는 것이고 이런 가치들이야말로 미래사회에 섬 문화의 가치가 왜 필요한가를 말해주는 요소들이다.
글ㆍ나승만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진ㆍ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합콘텐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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