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太極)이 쪼개지고 음양이 나뉜 뒤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어서 네 계절이 생기는데, 해는 황도의 별자리에서 운행이 끝나고 달은 열두 달 뒤 운행이 끝나서, 해와 달의 도수가 마감이 되면 한 해가 다시 시작되는데 이것을 봄이라고 한다. 봄과 관련된 날은 갑을(甲乙)이고, 봄의 임금은 태호(太皞)이며, 봄의 신은 구망(句芒)이다. 봄은 무성하고 온화한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 피어 올라와 오로지 뭇 생명의 고동을 울려 만물을 이루어 자라나게 하는 것을 일삼기 때문에 봄의 작용은 ‘낳음[生]’이다. 여름의 ‘자람[長],’ 가을의 ‘이룸[成],’ 겨울의 ‘갈무리[藏]’에 간여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자람ㆍ이룸ㆍ갈무리가 낳음이 아니고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봄은 네 계절을 두루 꿰뚫고, 만물이 바탕으로 삼아 시작되며, 한 해의 머리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하늘을 본받는 도리로써 말하자면, 다른 데서 구할 수 없고 인이라는 한 글자에서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일원(一元)이 흘러서 시간에 부여된 것을 봄이라 하고 사람에게 부여된 것을 인이라 한다. 시간상의 봄이 곧 사람에게서는 인이고, 사람의 인이 곧 시간상에서는 봄이다. 인을 얻으면 봄과 부합하고, 인을 잃어버리면 봄과 상반되니, 봄과 부합하면 온화한 기운이 이르러서 만물이 자라나고, 봄과 상반되면 사나운 기운이 응하여 온갖 재앙이 일어난다. 비록 그러하나 이 봄은 사계절을 통틀어서 시작이 되고, 이 인은 사단(四端)을 통괄하여 근본이 된다. 이 봄은 만고에 변하지 않으니 이 인은 천 년을 흘러도 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의 봄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나에게 있는 인으로 돌이켜야 하고, 시간의 봄을 체득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나에게 있는 인을 다해야 한다. 만일 인으로써 도를 닦고 인으로써 정치를 행하여, 인을 행하는 공이 쉬지 않고 오래 지속되어서 온 사방에 푹 젖어 들고 두루 관통하면 온 세상이 인으로 돌아가니 한 나라가 인을 일으키고 백성이 화평하고 만물이 자라나며, 온 세상이 봄이어서 저마다 제자리를 얻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만히 앉아서도 성대한 세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竊謂自太極旣判陰陽旣分之後, 寒暑相推, 四時乃生, 日窮于次, 月窮于紀, 數將幾終, 歲且更始者, 其名曰春也. 其日甲乙, 其帝太皥, 其神句芒. 而其爲氣也沖和發揚, 藹藹融融, 專以鼓動群生, 化育萬物爲事, 則其爲德曰生也. 夏之長也, 秋之成也, 冬之藏也, 有不預也, 而其所謂長也成也藏也者, 非生則何以施功. 此所以貫徹四時, 資始萬物, 而爲歲之首者也. 以人體天之道言之, 則不可以他求者也, 在乎仁之一字而已矣. 蓋一元流行, 賦於時曰春, 賦於人曰仁. 時之春卽人之仁也, 人之仁卽時之春也. 得乎仁則合乎春, 失乎仁則反乎春, 合乎春則和氣至而萬物以育, 反乎春則戾氣應而千災以興. 雖然, 是春也貫四時而爲始, 則是仁也統四端而爲本. 是春也亘萬古而不變, 則是仁也歷千世而不異. 然則欲知在時之春, 當反在我之仁. 欲體在時之春, 當盡在我之仁. 苟能修道以仁, 發政以仁, 爲仁之功, 不息而久, 至於熏蒸透徹融液周遍, 則天下歸仁, 一國興仁, 民和物育, 八區爲春, 各得其所, 何足道哉. 煕然春臺, 可坐而登也.
- 윤선도(尹善道, 1587-1671), 「봄의 의미에 대한 책문[對春策]」, 『고산유고(孤山遺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