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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숭어와 보리숭어 이야기(옮겨온 글) 2011.7.12.

왕토끼 (秋岩) 2011. 7. 12. 22:31

참숭어와 보리숭어 이야기



5월 제철생선 이야기로 "참숭어와 보리숭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보리숭어철이 한창입니다. 보리숭어란 보리가 피는 5~6월 무렵에 잡히는 숭어를 말하는데요.
이때 잡힌 숭어는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있어, 같은 시기 산란을 끝마친 감성돔보다 낫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아직 많은 분들이 보리숭어나 참숭어에 대해 햇갈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이참에 정리해드릴까
합니다.

 



우리가 보통 숭어를 일컫을땐 일반적으로 "숭어"라 말하지만 낚시꾼이나 어민들 그리고 수산공판장등에선 숭어를 좀 더 세분화해서
부르곤 합니다. 그러니깐 숭어도 한끗 차이지만 종류가 있다는 사실..
숭어와 관련하여 많은 명칭들이 있는데 여기서 간략하게 정리해드리자면..

1. 참숭어 (경남에선 밀치라 부름)
2. 가숭어 (일부 지역에선 참숭어라 불리지만 잘못된 것이고 가숭어 혹은 개숭어라 부르며 가짜는 아니나 맛이 없어 가짜숭어 취급을 당함)
3. 보리숭어 (5~6월에 잡히는 참숭어를 말함)
4. 모치 (어린 새끼숭어를 말함)

여기서 보리숭어는 숭어 종류가 아니고 5~6월 보리가 익어갈 무렵 올라오는 숭어를 가르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인터넷엔 참숭어와 가숭어, 그리고 보리숭어에 대해 잘못된 정보들이 많더라구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지역마다 부르는게 서로 엇갈리다보니 햇갈리는거 같습니다.
먼저 보리숭어에 대해 설명드릴께요.

울돌목에서 뜰채로 숭어잡이(사진출처 : 발명촌 )

해마다 봄이오면 숭어들이 떼지어 서해로 북상하게 되는데 이때 많은 개체수가 진도대교를 통과합니다.
요즘 진도대교 울돌목에서 숭어를 낚시가 아닌 뜰채질만으로 잡는다는 소식을 들어보셨을거예요.
그 짧뚱한 뜰채로 물살을 가르며 걷어 올리면 한꺼번에 4~5마리씩 잡히곤 하는데 많이 잡히는 날엔 불과 한두시간만에 200마리씩 잡힌다고 합니다.
특히 5~6월이 되면 울돌목에서 뜰채로 숭어를 잡는 광경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기도 하고 또 뜰채잡이 체험도 할 수 있으며 이곳에 잡힌
보리숭어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맛볼수 있어 관광명소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봄철 숭어잡이로 유명한 진도대교 울돌목

그런데 뜰채질만으로 어떻게 숭어를 잡을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조류에 있습니다.
사람이 갯바위에 서서 바로 코앞 1~2미터 앞으로 지나가는 숭어를 뜰채로 걷어 올리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가 진도대교를 통과하는 물살,
즉 조류라고 하는데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본류대라고 합니다. (노란색 화살표)
이 본류대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릅니다. 제가 알기론 우리나라에서 백령도 앞바다에 이어 두번째로 조류가 빠른 지역인데요.
이런 세찬 물살을 받고 거슬러 올라가는 숭어떼 중 일부 무리들은 힘이 부쳐서 그런지 가장자리로 붙어서(녹색 화살표) 거슬러 올라가곤 해요.
갯바위 가장자리의 물살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숭어들이 뜰채로 잡히는 것입니다.

거센 물살을 가로지르며 올라오는 숭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운동량이 많구요 그래서 특히나 쫄깃하다고 해요.
게다가 살아서 펄덕이는 숭어를 활어상태에서 즉석으로 썰어내니 그 쫄깃함과 싱싱함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횟감과도 잘 맞구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한 "보리숭어"는 과연 어떤 숭어를 지칭하는 걸까요?


참숭어(위), 가숭어(아래)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숭어는 크게 두가지로 '참숭어'와 '가숭어'가 있는데 남해 일대에서 잡히는 보리숭어란 바로 '참숭어'를 말합니다.
보시다시피 참숭어는 눈이 하얗고 날렵한 제비꼬리를 가진 반면, 가숭어는 눈이 노랗고 밋밋한 꼬리를 가지고 있어요.
대게 가숭어가 참숭어보다 조금 더 크게 성장을 하구요. 이 둘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가장 쉬운 팁은 바로 "눈색깔"만 보시면 충분합니다.

참숭어 -> 눈에 백태가 끼어 하얗다.
가숭어 -> 눈이 노랗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눈이 노란게 참숭어라 되어 있는 글들이 무척 많은데요. 그 이유는 서해안 일부 지역의 어민들이 옛부터 눈이 노란 숭어를
참숭어라 불리면서 그것이 오늘날까지 구전되어졌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설명드린 구별법은 일부 지역에서 불리는 숭어 구별법이
아닌 자산어보와 한국어류 대도감에서 말하고 있는 숭어 구별법과 일맥상통합니다.


겨울에 잡힌 참숭어회

왜 참숭어와 가숭어의 구별이 중요하냐면 가숭어가 참숭어에 비해 맛이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5~6월에 잡히는 참숭어를 보리숭어라 하였는데 이 참숭어가 한겨울에는 지방함량이 높아져서 맛이 좋고, 5~6월 보리가 익어갈 무렵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여름숭어는 개도 안먹는다고해서 한여름부턴 맛이 떨어지구요. 그러다 한겨울이 되면 다시 맛있어지고 대략적인 싸이클은
그렇습니다. 위의 사진은 겨울에 잡힌 참숭어를 회친건데요. 살 사이사이 서려있는 하얀 힘줄같은게 보이시죠?
마치 결 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나 있는 저것이 씹을때 쫄깃함을 더해주는 요소가 됩니다.


갯바위에서 숭어낚시 중


서해 격포권 방파제서 잡은 숭어

그리고 문제의 가숭어..정말 가짜숭어답게 맛없습니다. -_-;
대게 숭어는 남해산이 제일 맛있고 그 담이 동해산인데 서해산은 정말 최악입니다.
서해 방파제서 숭어 낚시 많이 하시죠? 특히 강화도는 숭어 낚시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솔직히 말해 숭어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강화도에서 잡히는
낚시 대상어가 숭어 아님 망둥어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해권 섬 사람들은 다른 생선은 먹어도 숭어는 버린다 할 정도로
천한 생선 취급을 하는데요. 그만큼 서해에서 나는 가숭어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서해안 숭어가 맛이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서해권 대부분 뻘바닥으로 이루어져 있고 거기서 나오는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 땜에 숭어를 회치면 살에서
흙냄새, 기름냄새 같은게 납니다. 화초를 기를땐 토양이 중요하듯 생선도 서식지역의 바닥이 뭘로 이뤄졌는지 청정지역인지 아닌지가 무척 중요하거든요.
위의 사진은 작년 6월 초에 제가 아내와 동생을 데리고 격포권으로 감성돔 낚시를 갔다가 감성돔은 한마리도 못잡고 숭어만 열 몇마리 잡아왔는데
참숭어 한마리에 나머진 가숭어였어요. 그만큼 서해는 가숭어가 월등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집으로 가지고 오긴 했는데 회로 먹어보니
정말 먹기 힘들 정도로 맛이 별로더라구요. 그래서 아래 사진들은 이 많은 숭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만든 음식들입니다.


숭어튀김


숭어전

숭어까스

비록 서해권에서 잡힌 맛없는 숭어지만 회로 드시기 뭐하면 이렇게 생선까스나 전을 부처 먹었을때 훨신 낫더라구요.
물론 이것들도 밑간할 때 청주등을 뿌려 잡내를 없애야만 하지만요.

눈이 노란 가숭어

요즘 한장 제철을 맞이하고 있는 보리숭어(참숭어), 그리고 맛없는 서해산 가숭어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셨는지요.
특히 낚시 좋아하시는 분들도 참숭어와 가숭어 구별법에 대해 많이 햇갈려 하시는데 오늘 포스팅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리숭어철은 6월 말까지 계속되니 아마 이때는 산란을 마쳐 배가 홀쭉해진 감성돔보다 맛이 더 나을꺼예요.
아무리 숭어가 다른 어종에 비해 싸구려 취급받는다 해도 제철을 맞이할땐 어설픈 양식 우럭, 광어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산 숭어라고 판매를 하는 횟집이 많은데 숭어는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맛의 차이가 체감상 그리 크지 않다는 점, 알아두시구요.

 

 

# 출처 : 입질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