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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고운 연두 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온 봄 (옮겨온 글 이원창 글중에서)

왕토끼 (秋岩) 2010. 4. 14. 05:19

부리고운 연두 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온 봄.

 

무등산에 봄 향기가 진동한다.

물오른 나무들은 연둣빛 새 잎을 틔우느라 부산하고,

발정한 숲새들은 은밀한 연가를 노래한다.

계곡물은 수르르 솰솰 발랄하게 여울져 흐른다.

이 기찬 봄날의 향연이 무르익어 가는 무등산 북서편 화암마을에 자리잡은

평두산 자락 꽃 대궐 충민사.

산수유, 매화, 개나리, 벚꽃, 백목련, 동백꽃의 향 내음이 진동하고,

개별꽃, 민들레, 제비꽃도 땅바닥에 얼굴을 내밀며 봄날의 화모니가 한창이다.

 

꽃은 나무나 들꽃이 피워내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꽃을 안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안다는 것이다.

이끼긴 바위아래 청노루귀 한 쌍

솜털이 뽀송뽀송한 긴 꽃대 끝에 꽃 한 송이씩을 피워내기 위하여

춥고 긴 겨울을 견디어 왔나보다.

몸을 서로 의지한 채 애틋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이끼긴 바위아래 청노루귀 한 쌍이 솜털을 부비며 역광을 받고 있다.

올 꽃샘추위에 고생도 많았겠지...

그래 그런지 서있기 힘들어 보이는 구나.

엄마, 아빠, 아들, 딸...노루귀 가족

솜털을 뒤집어 잎이 나올 때, 그 모습이 노루귀를 닮아서 노루귀라

이름 붙여졌다지. 가늘고 긴 꽃줄기를 서로 꼬고 감으며 지탱하고 있구나.

쓰러진 고목나무 곁에서....

누구를 기다리며 꽃을 피웠는가!

망부석처럼 먼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는가.

꽃대처럼 길게 올라온 끝에 3조각으로 갈라진 잎을 피웠구나.

노루귀가 자라는 곳..

봄 야생화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렇게 낙엽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구나.

노루귀야 고맙다. 이렇게 살라고...

맑은 이슬 잔뜩 머금고 싱그러움으로 다가온 이름 모를 들꽃같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모습이고 싶다.

어색한 속내 드러내지 않고 어울리지 않은 치장하지 않고

있어야 할 자리 지키면서, 해야 할 일 하면서

분수를 아는 아름다운 삶을 살라고 일깨워 주는구나.

충민사는 온갖 봄꽃들이 벌 나비 손님맞이에 분주하고

해설의 꽃 해설사들은 찾아온 답사객 맞이에 분주하다.

 

2010. 3. 11.

충민사 해설사 이원창


 호반의 벤치

 

내 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무엇을 하는 님일까 만나 보고 싶네
신문을 보실까 그림을 그리실까
호반의 벤치로 가 봐야겠네


내 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무엇을 하는 님일까 만나 보고 싶네
갸름한 얼굴일까 도툼한 얼굴일까
호반의 벤치로 가 봐야겠네